햇살 가득한 카페의 인연

준서는 늘 카페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자리는 햇살이 가장 예쁘게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자리에는 항상 같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긴 생머리에, 작은 얼굴, 그리고 커다란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 꼭 동화 속 주인공 같았다.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가 없는 날이면 카페가 허전해 보였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그녀가 있는 시간에 맞춰 오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준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이 자리 좋아하세요?”

그녀가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더니 이내 수줍게 웃었다.

“네, 햇살이 가장 잘 드는 자리잖아요.”

“저도요. 그래서… 혹시 저랑 번갈아 앉는 건 어때요?”

그녀는 살짝 고민하더니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음… 그럼, 조건이 있어요.”

“뭔데요?”

“커피 한 잔씩 사주기.”

그렇게 시작된 커피 한 잔의 인연은, 어느새 함께 걷는 사이가 되었고, 함께 웃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햇살이 제일 좋은 자리는 이제 네 옆인 것 같아.”

그 말에 준서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그럼, 앞으로 내 옆자리 예약이야.”

그날 이후, 준서와 그녀는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카페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던 두 사람은 이제 주말이면 근교로 소풍을 가기도 하고, 한밤중 아무 이유 없이 만나 걷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겨울밤이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준서는 그녀와 함께 집 앞까지 걸어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그녀와 함께라면 전혀 춥지 않았다.

“눈 오는 거 좋아해?” 준서가 물었다.

“응. 세상이 조용해지는 느낌이잖아. 뭔가 마음도 편해지고.”

“나는 너랑 같이 있어서 더 좋은데.”

그녀가 고개를 돌려 준서를 바라봤다. 늘 장난스럽던 눈빛이 오늘따라 더 깊었다. 그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래.”

그 순간, 준서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그럼, 우리 이제 번갈아 앉는 거 말고… 그냥 옆자리는 내 꺼 하면 안 돼?”

그녀는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준서를 바라보더니, 눈처럼 하얀 미소를 지었다.

“음… 커피는 계속 사주는 거지?”

준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 사줄게.”

그녀는 대답 대신, 준서의 손을 꼭 쥐었다.

그렇게, 겨울밤의 눈처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Leave a Comment